커피마스터

커피의 시작은 열매에서 시작한다|커피 체리와 가공법 정리

스페셜커피리스트 2025. 10. 7. 13:44

워시드가공법네추럴가공법
커피 체리(커피 열매)의 구조와 가공법

커피 체리의 모든것, 한 알의 열매가 한 잔의 향이 되기까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는 사실 ‘열매’에서 시작된다. 그 열매는 붉게 익은 체리처럼 생겨서 ‘커피 체리(Coffee Cherry)’라 불린다. 하지만 이 작은 열매 안에는 여러 겹의 구조가 존재하고 그 구조를 어떻게 벗겨내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커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두를 아는 것이 아니라 열매의 생명 구조와 그 이후의 여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1. 커피 체리의 기본 구조

커피 체리는 한눈에 보기에는 단순한 과일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다섯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은 껍질(Skin, Exocarp)로 익으면 붉거나 노랗게 변한다. 그 안에는 달콤한 과육(Pulp)이 자리하고 그 아래 점액질 층인 뮤실리지(Mucilage)가 붙어 있다. 그 다음은 얇고 단단한 파치먼트(Parchment, Pergamino)가 씨앗을 감싸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마시는 생두(Bean)가 그 속에 들어 있다. 보통 하나의 체리에는 두 개의 생두가 들어 있으며 그 형태가 약간 납작하다.

2. 커피 체리의 생명 주기

커피 체리는 꽃이 핀 뒤 약 9개월에서 11개월 동안 성장하며 그 기간 동안 열대의 햇빛과 비를 머금는다. 처음엔 녹색이지만 익어가면서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변한다. 수확 시기가 다르면 체리의 당도와 산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농부들은 익은 체리를 손으로 하나하나 선별한다. 이 수확의 정성이 바로 커피의 맛을 좌우한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체리의 숙성도와 수확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3. 커피 체리의 내부 단면

커피 체리를 반으로 자르면 그 내부 구조는 과학적 예술이라 부를 만하다. 껍질 아래의 과육은 단맛이 강하고 수분이 많으며 발효의 핵심 역할을 한다. 뮤실리지는 점성이 높아 체리의 발효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파치먼트는 생두를 보호하며 저장 안정성을 높인다. 생두의 표면에는 실버스킨(Silverskin)이라 불리는 얇은 막이 덮여 있는데 이 막이 로스팅 과정에서 벗겨지며 우리가 흔히 보는 ‘껍질 조각(Chaff)’이 된다. 이 모든 층이 조화를 이루며 커피의 향미를 완성시킨다.

4. 커피 가공의 시작: 체리에서 생두로

커피 체리는 수확 직후 가공을 시작해야 한다. 늦어지면 발효가 지나쳐 과일 향이 썩거나 잡미가 생긴다. 가공의 목적은 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해 깨끗한 생두를 얻는 것이다. 크게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허니(Honey)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각 방식은 수분 처리와 건조 정도가 다르며, 결과적으로 커피의 향과 산미, 바디감에 영향을 미친다.

5. 워시드(Washed) 가공법

워시드 가공은 물을 사용해 점액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다. 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제거한 후, 발효조에서 12~48시간 동안 미생물에 의해 뮤실리지가 분해된다. 이후 깨끗한 물로 세척해 건조대를 이용해 햇빛에 말린다. 이 과정은 깔끔하고 산뜻한 향을 만들어내며,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나 콜롬비아 워시드 커피가 대표적이다. 단점은 물 사용량이 많고 숙련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6. 내추럴(Natural) 가공법

내추럴 가공은 과육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건조하는 방식이다. 수확한 체리를 햇볕 아래에 넓게 펼쳐 놓고 2~3주간 자연 건조한다. 과육 속의 당분이 생두로 스며들며 달콤하고 과일 향이 풍부한 커피가 만들어진다. 다만 습도 조절이 어렵고 관리가 부족하면 곰팡이나 과발효가 생길 수 있다.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하라르 커피가 이 방식의 대표적인 예다. 내추럴 커피는 풍부한 바디감과 와인 같은 향미를 자랑한다.

7. 허니(Honey) 가공법

허니 가공은 워시드와 내추럴의 중간 형태다. 껍질과 일부 과육만 제거한 뒤 점액질을 일정 부분 남긴 채 건조한다. 이때 남은 뮤실리지가 꿀처럼 끈적이기 때문에 ‘허니 프로세스’라 부른다. 수분 함량과 건조 속도에 따라 화이트, 옐로, 레드, 블랙 허니로 구분된다. 과일 향과 단맛, 산미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8. 가공 방식별 비교표

구분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허니(Honey)
처리 방식 물로 세척, 완전 발효 과육 그대로 건조 점액질 일부 남김
풍미 특징 깨끗하고 산뜻한 산미 과일향과 달콤한 바디감 단맛과 산미의 조화
대표 산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브라질, 예멘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9. 체리 가공이 향미에 미치는 영향

같은 품종이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워시드는 산뜻하고 클린하며 내추럴은 묵직하고 과일 향이 강하다. 허니는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다. 따라서 로스터는 생두를 선택할 때 가공 방식을 기준으로 향미를 예측한다. 한 잔의 커피 향 속에는 이 복잡한 과정이 응축되어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이 커피는 산미가 있다”라고 말할 때 그 배경에 어떤 가공의 기술이 숨어 있는지 함께 떠올릴 필요가 있다.

10. 한줄정리

커피 체리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확, 발효, 건조, 사람의 손길이 겹겹이 쌓여 있다. 한 알의 체리를 통해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기술이 만나 향이 되고 그것이 우리의 아침을 깨운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결국 이 과정을 존중하는 행위다.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그 속의 ‘여러 겹의 생명’을 떠올린다.

✔ 한줄정리: 커피 체리의 구조와 가공법은 한 잔의 향과 깊이를 결정짓는 커피의 본질이다.